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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남문로 칼럼> 후손에게 빌려 쓰는 땅, 도깨비굿에 길을 물어…

작성일
2020-3-19
허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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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윤  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코로나19 역병이 중국을 강타한지 수개월 만에,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에서 지구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사시사철 희뿌옇던 중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한 까닭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국 공장들이 작업을 중단했고 더러는 폐쇄하였기 때문이다. 중국 위성사진을 보며 코로나의 역설을 떠올렸다. 세계보건기구의 펜데믹(전 세계적인 유행병)선언으로 세계의 경제가 정지되는 듯싶은데 오히려 대기는 맑아지고 미세먼지마저 약화되니 말이다.

사스, 메르스 등 역병을 수도 없이 경험했고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워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는 예상 이상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얘기하는 것은 기후의 역습이다. 그동안 인류가 별다른 대책 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하며 오로지 성장 신화에 매몰되었던 까닭에 정체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들이 전 인류를 대상으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이 진화하고 진보해왔다는 믿음들이 무너지고 있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 지역인구 늘리기, 출산 장려 등의 단기적 대응요법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한 사회에 진입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사태는 기후의 역습, 기후위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진도항 석탄재 매립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천혜의 바다를 석탄재 폐기물로 매립하겠다는 뜻이다. 이들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역으로 석탄재 폐기물을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과 환경부 등의 권고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는데,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 땅과 바다에 대한 경외심이 한 오라기도 없는 자들이다. 석탄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후의 역습, 환경 위기로 이어진다. 화력발전소의 오염이 그렇고 수도권으로만 집중하는 전기 수송방식들의 폐해가 그렇다. 작은 것처럼 보이는 이 모순들이 쌓이고 쌓여 나라를 병들게 하고 급기야는 바이러스들이 게릴라전을 펼친다는 것 아닌가.

백번 양보하더라도 청정바다의 해산물과 청정지역 농산물의 환경영향, 이미지 훼손이 가져올 막대한 피해 시뮬레이션 한 번 해봤나 의심스럽다. 공사비용이나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눈앞의 제 이익만 탐하는 소치에 다름 아니다. 이 땅이 우리의 것이 아니요 단지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것임을 망각한 처사다.

진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도깨비굿이 있다. 코로나19처럼 역병이 돌거나 극심한 가뭄이 들 때 오로지 여성들만이 참여하여 벌이던 굿판이다. 서외리 도깨비굿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전국적인 분포를 보인다.

극한 역병이 돌면 사회적 심리는 지도자에게로 향한다. 사람들은 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이익을 권력 있는 자들이 전유해서 역병이 일어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명산대천에 도장(몰래 쓰는 묘지)하는 일 따위가 그것이다. 명산에는 아무리 권력 있는 자여도 자기 후손 혹은 자기 그룹의 발복 만을 위한 묘지를 써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이를 제도화해둔 것이 이른바 풍수사상이다. 가뭄이 들거나 역병이 들면 모든 마을의 여자들이 호미와 낫 등을 들고 명산을 뒤진다. 결국은 몰래 쓴 묘를 발견하고 파헤친다. 유골들을 흩뿌려버린다. 그래도 묘지임자가 되었건 문중이 되었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일종의 시스템이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땅이나 바다를 독점하는 것을 민중은 용납하지 않는다. 프레이저가 보고한 왕 살해도 같은 맥락이다. 민심이 흉흉해지면 왕을 즉각 살해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세운다. 이 마을을 하나의 사회, 하나의 국가로 치환해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것이 환경사관이다. 기상, 천문 등 여러 가지 자연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대응하는 자세를 취한다.

자연환경이 농업과 어업, 사람들의 생태와 질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는 개펄을 막아 경작지를 만들고 산을 허물어 공장을 짓는 일들이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가를 질문하는 시대가 되었다.

석탄재 매립을 비유하자면 천혜의 팽목 앞바다에 소수의 이익을 위해 도장(盜葬)하는 일과 같다. 옛 방식대로라면 지금 진도는 도깨비굿이 열릴 판이다. 역병의 창궐과 피해, 나아가 기근과 가뭄 등 자연재해보다 중요한 것이 사실은 심리적 문제들임을 알아채야 한다.

여성전유로 은유된 도깨비굿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새겨들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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