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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은퇴 후 귀향한 어느 군민의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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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산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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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 허산 


신 시일야방성대곡에 담긴 공직자들의 전횡 

 

진도군이 공무원 주도 불법 위장전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까지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온 한 군민의 민원을 공무원들이 무책임과 직무유기로 일관하며 희롱한 것에 분노한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글이 진도군청 자유게시판에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은 ‘오늘 목 놓아 통곡하노라’라는 뜻으로 1905년 11월 20일 자 <황성신문> 사설란에 실린 장지연의 논설로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의 부당함과 이를 막지 못한 대신들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진도읍에 거주하는 K씨는 지난 1월 30일 작성한 글에서 어머니의 품 같은 고향으로 귀향한 지 1년 반 만에 자신이 생각하던 고향이 아닌 무뢰한들이 지배하는 듯 한 진도군의 민원처리에서 받은 아픔을 비통한 심정으로 통곡하며 외쳤다.

은퇴 후 고향으로 귀향한 K씨는 2019년 6월 3일 전입 신고를 마치고 진도읍에서 생활하던 중 뒤늦게 전입자에게 지원장려금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문의하는 과정에서 읍사무소 주무관과 팀장, 군청 실무자 등 4명의 공무원으로부터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담당자가 없어 모르겠다”, “~해줄 이유가 없다”는 답변은 물론 담당 업무를 기피하는 듯 한 행태에 항의하자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건의해 보겠다”는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K씨는 설명했다.

K씨는 “개 소리 취급도 못 받았다”라며 수준 이하로 추락한 진도군 행정마인드를 절제된 표현으로 꾸짖었다. 그는 “고향은 변했다. 변해도 아주 많이 변했다. 업무로 다른 지자체 공무원과 자주 접하는데 다른 지역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라며 “진도군은 마치 절해고도에 표류해 머리 없는 도깨비들의 섬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라고 참담함을 표출했다.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 선생은 당시 사리사욕과 개인의 안위만을 위해 을사늑약에 동조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공직자의 행태를 통곡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알리고 함께 나라를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글을 썼다.

이번 신 시일야방성대곡(新 是日也放聲大哭)을 쓴 K씨 역시 진도군 공직자들이 감언이설로 내뱉는 “꿈과 낭만이 있는 고장으로 오세요”가 아닌 친절하고 인정 넘치는 진짜 어머니의 품 같은 고향으로 인식되도록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해 글을 썼을 것이다.

 

그런데 K씨가 군청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후 진도군의 대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K씨가 작성한 장문의 글이 군청 자유게시판에 게재되자 갑자기 마을 지도자의 글 삭제 권고는 물론 답변 전화도 잘 해주지 않던 담당 직원은 직접 찾아가 글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자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어머니 품 같은 고향에 내려와 살겠다는 내가 바로 내릴 수 있을 것 같으면 이런 글을 올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1월 30일 10시 27분에 올린 글이 본인의 정중한 사양에도 불구하고 진도군 홈페이지에서 2월 1일 저녁 결국 삭제되었는데 또 얼마나 주변의 회유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 글을 삭제했을지 상상이 간다. 고향은 그래서 두렵고 조심스러운 곳이다.

1일 오후 150여 회 이상 조회돼 많은 군민들이 항의해서 그들이 반성했고 사과했다 치자. 이게 사과와 반성으로 해결될 사안인지 곱씹어 봐야 한다.

 

공개적으로 이의제기를 하면 거기에 걸맞게 공개적인 방식으로 해명 또는 사과해야 올바른 절차이자 과정이다. 갖은 인맥과 수단을 동원해 무조건 삭제를 요구하고 불리하면 쉬쉬하며 덮고 넘어가는 것은 뿌리 뽑아야 할 잘못된 악습이다.

민원인 K씨는 고향 진도가 절해고도가 되어 섬 입구에 ‘어영부영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가 세워진 ‘역사의 유적지’로 남아 상전벽해(桑田碧海) 그 흑역사로 남겨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진도군 공무원들에게는 “다 떠날 테니 자기들끼리 남아 위세 떨치고 세금 내서 군수님 연봉 챙겨드리고, 국장님, 팀장님, 주무관 월급 드리고, 그 언어가 아닌 소리 하는 직원도 나눠 가지고 그래도 남으면 해외 시찰도 다니시고 상도 타고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라는 반어적 질타를 날렸다.

 

민원인 K씨가 당한 공직자 언행 폭력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위 아래 공직자가 군민 알기를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

합당한 민원 제기에도 “아저씨 내 말 들어보세요(군림하며 무지렁이 취급)”, “그건 아저씨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난 몰라요(직무유기)”, “군수님에게 물어볼까요 라는 질문에는 아저씨 알아서 하세요(안하무인)” 전화해 주겠다는 약속에 목 빠지게 기다려도 감감무소식(복지부동) 등 수 많은 민원인들이 진도군 공무원들에게 듣고 당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K씨의 경우처럼 절제된 표현으로 글을 올리는 사례는 양반이다. 민원제기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고압적이고 안하무인, 직무유기, 복지부동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자칫 큰소리가 나오게 된다면 ‘악질 민원’으로 치부돼 고발장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진도군청이다.

     

많은 군민들은 몇몇 진도군 공무원으로 인해 전체 공무원이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목 없는 도깨비들의 절해고도가 아닌 더불어 오순도순 정겨운 진도군을 꿈꾼다.

안타깝게도 진도군정의 정책들은 군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군민의 대의 기관인 군의회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 같은 내용을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군민들은 그들만의 잔치에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세금만 내면 되는 것인가?

진도군은 고향을 향해 누워서 침 뱉지 못하고 목 놓아 통곡하는 K씨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호마의북풍(胡馬依北風) 월조소남지(越鳥巢南枝)-고향을 그리워하고 그 고향에 가고 싶다” 라는 말이 중국 말 만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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